2012년 12월 9일 일요일

광해, 왕이 된 남자

. 광해, 왕이 된 남자

. 이야기



 이 사진 참 맘에 든다. 끊임없이 살해 위협에 시달려야 했던 광해군의 처지를 흔들리는 카메라고 잡은 멋진 첫장면이다. 바닥에 엎드린 수많은 나인들의 절박한 숨소리에서 긴박한 상황이 느껴진다.

 첫 장면은 눈덮인 종묘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광해군일기에 나오는 나와 닮은 자를 찾아라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는 영화는 단순한 그 문구에서 이 영화가 출발했음을 보여준다. 자신과 닮은 자를 밤에는 대역으로 세우고 자신은 요정으로 가서 편안하게 잠을 자고자 하는 광해. 그러나 독살음모와 엮어져 보름 가까이 대역 이병헌이 왕노릇을 하게 된다.

 영화는 대역이 된 왕이 오히려 왕답다는 메세지를 보낸다. 어쩌면 이중적으로 보이는 광해군의 행적을 두 사람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목대비를 폐위하고 영창대군을 죽이는 등 실정을 거듭하던 광해. 그러나 명과 청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대동법을 실행하는 등 분명히 국민을 위해서 행동한 면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흐름이다. 물론 몇몇 서적에서는 광해군이 쫓겨나서 조선이 망하고 현재의 대한민국이 이런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독자마다 생각이 다른 부분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중국 한나라 고조 유방의 아내인 여희의 경우에도 내부적으로는 공작정치를 했지만 일반 백성들의 삶은 윤택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광해군 역시 내부적으로는 실정을 거듭한 부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외부적으로는 독립적인 공적을 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 역시 맞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명의 군대 요청에 따라 국토가 쑥대밭이 된다고 하더라도 명나라에 의리를 지켜야한다라는 신하들의 목소리에 나는 비굴해지더라도 국민을 위해서는 몇번이라도 머리를 조아리겠다는 이병헌의 외침은 지금의 위정자들에게도 전달하는 메세지가 있다. 허균은 마지막에 네가 정말 왕이 되고 싶다면 내가 도와주겠다라는 말로 역성혁명을 돕겠다는 위험천만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픽션이지만 작가는 왕의 혈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생각하는 지도자의 자질이 중요함을 이것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병헌의 익살연기는 어색하지 않았다. 한효주는 말그대로 공주였다. 너무 느린 장면이 많았지만. 도부장의 장엄한 최후는 다소 낮간지럽기는 했지만 진정한 믿음과 충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호패법에 대한 장단점, 대동법에 대한 간략한 설명 등이 제도에 대한 짧은 설명이었지만 영화가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이 정도는 사전배경지식정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백성보다는 사대부를 먼저 생각한 그네들만의 세상때문에 대동법 시행이 100년이나 걸린 것을 보면 국민 대다수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의 성립은 정말 예나 지금이나 요원한 일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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