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6일 일요일

버스와 빈 배


버스와 빈배

ㆍ 2012년 12월 15일 토요일

ㆍ 서울을 나가기 위해서 버스정류장을 향한다. 기다리던 22번버스가 오기 전에 M6117번 버스가 눈에 띈다. 기쁘다. 그리고 내 마음이 놀란다.
 M6117번은 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그 시간에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기대하지 않던 바를 얻게 되니 내 자신이 기쁜 것 뿐이다. 사람 마음은 이렇듯 가벼운 것일까.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배로 강을 건널 때 빈 배가 떠내려 와서 자기 배에 부딪치면 비록 성급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비키라고 소리친다.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친다. 세 번째는 욕설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까는 화 내지 않고 지금은 화 내는 까닭은 아까는 빈 배였고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두 빈 배처럼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기쁘고 슬프 것은 놀랍게도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 뿐이리라. 차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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