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경십서 - 손자병법, 오자병법
. 신동준 역주
. 역사의아침 펴냄
. 이야기
손자병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병법서로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책제목’뿐임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손자병법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孫子曰 : 兵子,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손자가
말했다. 전쟁은 국가의 중대사인 군국기무다. 백성의 생사
및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어 있는 까닭에 깊이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사마천의 <사기>의 열전의 첫페이지를 백이, 숙제가 장식하고 있는 것처럼 서적의 첫머리는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보겠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 병사를 양성해야한다거나 첩보전을 수행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察’ 즉 생각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것은 손자병법전편에 흐르는
전쟁은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는 생각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속전속결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전쟁이 길어지면 나 자신에게도 피해가 오게 됨은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이기기위한 조건을 최대한으로 조성하는 것을
역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자는 꼽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종횡가가 외교에 의한 해결책만을 제시한데 비해
손자는 전쟁의 최후 수단성을 인정했다는 데에 차이점이 있지만 사전에 외교나 국력신장을 통해서 전쟁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한다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겠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병법서인 손자병법의 기저는 ‘無爲’를 주장하는 노자의 도덕경이라는 사실이다.
상대방을
자신의 날개 밑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면 필히 잠시 동안 상대방이 날개를 활짝 펴도록 해주고, 상대방을
약하게 만들고자 하면 필히 잠시 동안 상대방이 강한 힘을 자랑하게 해주고, 상대방을 폐하고자 하면 필히
잠시 동안 상대방이 흥하도록 해주고, 상대방을 거두어들이고자 하면 필히 잠시 동안 상대방을 이롭게 해주어야한다. - 노자, 도덕경 제36장
전쟁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병이 아니라 기병이라는 것이 손자의 생각이다. 즉 기만전술에 의해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고 100%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전쟁에 승리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짓 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대를 위해서 소를 버린다는 의미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스타워즈라는 SF영화를 보면 제다이기사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기쁨이든 분노이든 감정의 격앙이다. 이는 판단을 흐리게 하고 상대에게 끌려다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스베이더가 되는 아나킨스카이워커의 가장 큰 약점은 무력이 아니라 그의 감정상태였던 것이다. 순간 비굴하게
보이는 경우라도 그것은 잠시 물러남일 뿐이다. 이러한 이치를 생활에서 발현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과 싸울일도
순간의 감정에 의해서 일을 그르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 정말
성현들은 위대하다.
손자병법이 전략에
치우쳐 있다면 오자병법은 전술에 치우쳐있다. 오자서가 말단병사의 고름을 직접 빨아내어 병사들의 충성심을
불러일어킨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전투에 임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오자병법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속전속결을 중요시하고 제대로 된 준비를 통해서만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손자병법과 다를 것이 없다.
책에서는 현대를
‘경제전쟁’ 상황이라고 비유하면서 경제주체들이 손자병법을
본받아 이에 대비해야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굳이 현대를 전쟁상황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삶을 살아가면서
그러한 자세를 염두에 두는 것은 내가 보다 세상과 접점을 넓혀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또한가지 놀라움. 손자병법의 최고주석가가 삼국시대 위나라의 ‘조조’라는 사실! 확실히 조조는 역사적으로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정병보다 기병을 우선시한 그의 생각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전쟁이 ‘합리적’이라거나 ‘대의적’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 표현인 듯 하다.
댓글 1개:
오자 병법의 저자는 오자서가 아니라 오기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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