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일 수요일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제자백가와 관련한 서적이 있으면 대체로 찾아보는 편입니다. 신간이 나와서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였더니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사상가'라는 책을 쓴 임건순님이 쓰신 책이네요. 묵자에 대한 책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매우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같은 저자라고 하니 더욱 애정이 갔습니다.

 본 책의 구성이 일단 재미있습니다. 제자백가 사상가들을 '家'로 묶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시대별로 배열하였습니다. 특히 안자, 오기, 신도 등을 공자나 맹자와 같은 중요도로 배열했다는 것이 매우 신선했는데요 총13명의 춘추전국시대 사상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건순님은 책은 우선 읽기에 재미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 읽으면서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형식보다는 역시 즐거움이 더욱 와닿는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안자, 장자, 한비자에서 인상적인 것은 해학과 기지입니다. 특히 안자의 경우는 모르던 부분을 알게 되어서 더욱 즐거웠다고나 할까요.

 안자는 공자가 극찬한 제나라의 재상인데요 그런데 놀랍게도 유가라기 보다는 도가계열에 가깝다고 합니다.(물론 도가로 대표되는 노자, 장자가 후시대의 인물이니 안자가 오히려 도가의 선조라고 하겠습니다.)
 ' 신하는 군주라는 개인에게 충성하는 존재가 아니라 공적 기구인 사직을 위해 일하고 충성하는 존재다. 그리고 군주 역시 사직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일 뿐이며, 사직을 위해 공적 논리에 충실히 기능해야 한다.'
 왕의 성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직'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안자는 시스템을 강조한 시초라고 하겠습니다. 나아가 '신하는 군주가 공적 역할에 충실한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군주를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함으로써 맹자의 역성혁명론의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오기에 대해서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불패의 명장인 오기는 병가로 분류하기 쉽지만 사실공동체의 애정에 대해 강조한 유가로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오기는 군주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네가지 덕을 말하며 인민을 포용하고 민심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대비해야 하지만 철저하게 피해야 하며 공동체 구성원을 전쟁의 '도구'가 아니라 和를 강조함으로써 그 유지에 힘쓰는 점은 관중의 경제에 대한 강조와 비슷한 면도 보입니다.\

 임건묵님은 상앙, 한비자 등 법술지사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입니다. 이들은 전제군주제를옹호한 사상가가 아니라 오히려 전제군주를 견제하고 일반 백성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는 국가의 힘을 증대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임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일반적인 수준의 군주를 상정하는 점에서 현실에 부합한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秦나라가 통일한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하겠네요.

2014년 9월 23일 화요일

철학자와 하녀

철학자와 하녀고병권씨의 책은 '마이너'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수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즐겁게' 받아들여야함을 조용히 말한다. 현대의 사회가 공동체적 질서라는 미명하에 소수를 억압하는 형태를 가짐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러한 '소수자'가 됨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정말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지만 우리가 정말 '민주주의'사회에 살고 있다면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1. 나무가 없으면 방법이 없다. 잡아먹으라고 하는 수밖에. 하지만 호랑이를 한 번 물어도 괜찮을 것이다. <루쉰>- 루쉰의 기질과 정말 잘 맞는 말이다. 억지스럽지 않지만 순응하지만은 않는 조용하지만 기개가 느껴지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순응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그래서는 바뀌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당사자는 또한 불이익을 받는다. 어찌할 것인가.
  2. 세간의 번뇌는 활활 타는 불과 같으니, 그 불길이 어느 때 멈추겠습니까. 시끄러운 곳에서 바로 공부하는 일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남송시대 대혜스님>- 공부에는 때와 장소가 없다. 맞는 말씀이다. 해야하겠다고 생각하는 바로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3. 비트겐슈타인의 대단한 점은 완벽한 '건축물'이라는 <논고>를 아무 거리낌없이 부수어버렸다는데에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남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언제나 자신을 '극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일 것이기 때문이다.
  4. 마르크스가 지향한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많은 재화를 가진 사회라기 보다는 자본주의보다 사물에 대하여 더 다양한 감성을 생산하는 사회, 사물에 대해 더 다양한 척도를 가진 사회였는지 모르겠다.
    - 사물을 객관화하지 않고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이야기일텐데 그렇다면 소유를 추구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 모든 재화와의 관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는 인간은 너무나도 작은 그릇일 터이니 말이다.
  5. '신'은 생의 반대 개념이며 해롭고 유독한 개념입니다. 영혼이나 정신, 불명의 영혼이라는 개념은 신체를 경멸하는 것이고 또 병들게 하지요. 그것은 생에 있어 중요한 많은 것들, 가령 영양, 주거, 정신적인 식사, 질병의 치료, 청결, 기후 등의 문제를 섬뜩할 정도로 경솔히 다룹니다.<니체>
  6. 고대 금욕주의를 끌어들인 것은 욕망을 줄이라는 뜻에서가 아니라 다른 삶을 욕망하라는 것이었다.
    - 자본주의가 욕심이 많아 문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삶을 욕망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뜻이리라. 우리의 삶의 가치를 단순히 GDP에만 두면 안된다는 이야기이리라.
  7. 잘못을 좀 잊읍시다. 양심이 둔해서가 아니라, 날카로우면서도 잊는 겁니다.<함석헌>
  8. 예수께서 말씀하시길, '방랑하는 자들이 되어라' <도마복음 42절>
    - 예수님은 태생부터 유목인이었나보다. 어딘가에 속하지 않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함을 강조하신다. 이상하게 다수에 속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것이 또한 현대인의 문제인 것같다.
  9. 서양인은 임종 때에 곧잘 의식 같은 것을 행하여 타인의 용서를 빌고 자기도 타인을 용서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말한다. 멋대로 원망하도록 하라. 나 역시 한 사람도 용서하지 않겠다.<루쉰>
    - 참으로 솔직한 표현이다. 좋은게 좋은것이 아니다. 아닌것은 아닌 것이다.
  10. 문제는 법질서에 대한 강조가 시장 자체의 실패에서 파생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공안의 시각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데 있다.
    - 국가, 공동체 등 어떠한 단체를 강조하는 관점은 필히 폭력적일 수밖에 없나보다. 그 밖에 있는 소수자나 다른 생각을 가지는 사람에 대한 허용은 절대 없다.
  11. 건전한 가치관을 지닌 시민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대체로 지배질서를 재생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불과하다.
    - 다수에 의한 폭력의 다름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형태의 집단 교육은 정말 고민할 부분이 많다.
  12. 예수를 믿는 사람, 그 믿음을 과시하는 사람은 많아도 예수처럼 사는 사람은 드물다.
    - 장자에 나오는 말과 유사하다. 성현의 말씀을 읽는 것은 죽은 것도 다름없다. 껍데기를 받아들이는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말씀'들은 우주로 흩어지는 것이 대다수인가 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철한간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이 어쩌면 편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아깝다. 그리고 깨어있어야 더욱 재밌다. 철학이 필요한 밤이다.

2014년 9월 19일 금요일

조심 :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정민교수님의 책은 왠만하면 챙겨본다. 좋아하는 인물인 정약용의 다양한 책을 쓰셨기 때문도 있지만 다소 고지식해보이지만 원론적으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을 많이 쓰셨서 느끼는 바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도 ‘일침’과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 수필형식으로 하나의 주제아래 길지 않은 글이 이어져 있는 책이다. 자기계발서라고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정민교수님의 책은 그렇게 분류하고 싶지는 않다.


  1. 마음에 드는 곳은 오래 마음에 두지 말고,
    뜻에 맞는 장소는 두 번 가지 말라.
  2. 천재가 꾸준한 노력을 못 이긴다. 대기만성이 맞는 얘기다.
  3. 주자는 늘 눈병을 앓았다. 말년에 어떤 학자에게 준 편지에게 “좀 더 일찍 눈이 멀지 않은 것이 한스럽다”고 썼다. 눈을 감고 지내자 마음이 안정되고 전일해져서 지켜 보존하는 공부에 큰 도움이 됨을 느꼈던 것이다.
  4. 말을 많이 해서 이득을 얻음은
    침묵하여 해가 없음만 못하다.
  5. 추연가슬은 예쁠 때는 제 무릎 위에라도 앚힐 듯 살뜰하게 굴다가 내칠 때는 깊은 연못에 밀어 넣듯 뒤도 안 돌아본다는 의미다. 사람을 쓸 때 애증이 죽 끓듯 왔다 갔다 하는 것을 가리키는 뜻으로 쓴다.
    무릎 위에 낮는 것을 기뻐할 일도 아니다. 언제 못에 빠질지 알 수가 없다.
  6. 사람 사는 세상의 온갖 경우가 어찌 일정하겠는가?
    한 걸음 앞서 생각하면 끝날 때가 없고,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면 절로 남는 즐거움이 있다.
  7. 이원익은 속일 수 있지만 차마 못 속이고,
    유성룡은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가 없다.
  8. 걸작은 일기가성으로 단숨에 쓴 글이 아니다.
  9. 그대가 진실고 3년간 독서하면 반드시 천 사람의 위가 될 것이요, 5년간 독서하면 만 사람의 위가 될 것이다. 10년간 독서하면 반드시 더 높은 사람이 없게 되리라.
  10. 군자가 본래 남이 나를 알아주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지가 없는데도 남이 알아주는 것은 싫어한다.